‘다니엘 블레이크’들의 외침, 첫 번째
나, 추경진.
아이들에게
부양의무 책임을
지울 수 없다
추경진 | 바깥세상에서 지지고 볶고 그렇게 살고 싶어 탈시설한 추경진입니다
저는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추경진입니다. 저는 사고 후 저의 의지와 상관없이 장애인수용시설에서 15년 생활하다 작년 1월 탈시설하여 지역사회에서 생활한 지 14개월 되었습니다.
저에게는 두 명의 자녀가 있습니다. 탈시설 하여 얼마 되지 않아 생계급여가 20만원 삭감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무척 당혹스러웠습니다.
삭감되는 이유를 확인하니 두 명의 자녀가 일을 하고 있어 부양의무자 기준에 의해 생계급여가 삭감되었다고 하였습니다. 시설에서 나온 지 8개월밖에 안 되었고 가족들과 연락도 안 하고 지내는데 무슨 소리냐며 따졌습니다.
탈시설을 결심하고 제일 걸렸던 것이 부양의무제였습니다.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는 아이들에게 짐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보고 싶어도 마음대로 볼 수 없었고, 만나고 싶어도 참았습니다. 지금 와서 아이들에게 부양의무의 책임을 지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부양의무제는 이렇게 가족관계를 단절시키고 가족을 불행하게 만들고 죽음으로 내몹니다. 송파 세 모녀가 죽은 지 3년이 지났는데 언제까지 부양의무제 때문에 사람들이 죽어야 하는지 화가 납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부양의무제는 꼭 없어져야 하는 제도라는 말을 꼭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