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블레이크’들의 외침, 두 번째
나, 조은별.
첫 월급을 받자,
가족을 책임지라고 합니다
조은별 | 스스로를 검열하게 만드는 선별적 복지제도를 반대합니다. 복지제도 수급자로 오랜 시간 스스로를 검열했지만 알에서 깨어 나와 신세계를 맛보았습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앞으로도 나는 나대로 살고 싶습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부양의무자가 되었습니다. 25년 평생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살아오다가 이제 막 3월, 첫 월급을 받고 수급자에서 벗어났습니다. 이렇게 사회에 첫 발 나온 나, 조은별에게 국가가 가장 먼저 한 것은 부양의무자로 책정해 부양비를 뜯어간 것입니다. 한 달 월급에서 최저생계비가 넘는 금액의 15퍼센트를 부양비로 내라고 한 것입니다. 그만큼 가족의 수급비에서 부양비로 책정된 금액이 삭감될 거라고요. 지금은 사회 초년생이어서 15퍼센트만 떼어가지만, 3년이 지나면 30퍼센트를 떼 갈 거라고 했습니다.
내가 직장을 다니고 다른 가구로 분리되면서 남아있는 나의 가족들이 받게 될 수급비를 계산해봤습니다. 77만원. 학령기의 학생이 있는 2인 가족이 어떻게 70만원으로 생활을 합니까. 하지만 나는 가족에게 돈을 주고 싶어도 줄 수 없습니다. 내가 단돈 몇 십 만원이라도 가족에게 돈을 주는 걸 국가가 알면 그만큼 또 수급비를 덜 주니까요.
25년 동안, 수급비를 받으면서 국가가 시키는 대로 다 했습니다. 학기마다 꼬박꼬박 재학증명서를 갖다내고 아르바이트 몰래 하다 소득신고가 되어서 수급비가 삭감 되고,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 각서를 썼습니다. 내 통장 기록을 보고, 잔액을 조회하고, 끊임없이 나를 비참하게 만들었던 국가에게서 벗어나려고 하니, 이제는 부양의무자라고 합니다. 나보고 가족을 책임지라고 합니다.
하지만 나는 책임질 수 없습니다. 나도 나의 가정이 있고, 내 가정은 1인 가정이기 때문에 내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내가 모든 가정의 일을 다 합니다. 엄마는 수급비가 적게 나오게 되어 걱정을 많이 하십니다. 수급비가 110만원가량에서 70만원으로 줄어드니 막막했겠죠. 3인가구로 110만원 받을 때도 돈이 너무 쥐꼬리 같아 용돈 달라고 차마 말을 못하고 소득이 안 잡히는 일만 골라했습니다. 이제야 이런 지옥의 굴레에서 벗어나겠다고 한 건데, 나에게 이런 무거운 짐을 준 국가가 너무 싫습니다.
나 조은별은, 가난을 책임져야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족과 행복하게 살 길 원하는 사람입니다! 내 어깨가 무거워 죽기 전에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할 것을 요청합니다!
이제껏 국가가 하라는 대로, 시키는 대로 살았지만 앞으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엄마와 꼭 약속했습니다. 부양의무제를 폐지시켜서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이제는 내가 살고 싶은 내 인생을 그리고 엄마의 인생을, 동생의 인생을, 원하는 대로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반드시 부양의무제 폐지돼야 합니다. 제가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국가는 부양의무제를 폐지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