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옹호활동가를 아시나요?
김필순 | 하루를, 그리고 한주를 정리하면서 아주 빠른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활동을 만들어간다는 어려움과 가치를 알려준 시간
권익옹호활동가, 이름이 생소하시다구요? 올해 대부분의 투쟁 현장에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활동가 분들이 참여해 맹활약을 하셨는데, 아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올해 투쟁을 많이 안하셨나 봅니다. 반성하며 이 인터뷰를 찬찬히 읽어주세요.ㅎㅎ
2017년 노들센터는 10여 년 전 자립생활운동을 시작할 때의 마음인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진지를 구축하고 법을 끌어오기 위해 싸우는 구성원들의 공간, 그 근육 같은 공간으로서의 자립생활센터”(홍은전, 『노란들판의 꿈』, 봄날의책, 2016)를 다시 꿈꾸는 한 해를 보냈습니다. 광화문농성장을 비롯하여 기자회견, 집회, 추모제 등의 현장에 최선을 다해 결합하고 주체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 노력하며 한해를 보냈습니다. 그 현장을 든든하게 함께 한 노들센터의 권익옹호활동가이자 노들야학의 학생인 이상우, 최영은, 하상윤, 허정과 함께 올해의 활동을 되새겨보고 평가해보았습니다. 참 저는 권익옹호활동가들과 매일 매일의 일정을 조정하고, 확인하고, 안 왔으면 왜 안 왔는지 묻고, 싸우고 한 필순이에요. 1년 활동을 평가하면서 그들에게 활동은 무엇인지, 그들에게 무슨 의미가 되었는지 저도 궁금합니다.
*참조: 올해 노들센터 권익옹호활동가는 종로구 장애인일자리사업(주14시간, 월54시간/ 상우, 영은, 정)과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지원사업 중 활동가양성사업(주16시간, 월64시간/ 상윤)을 통해 활동비가 마련되었습니다.
질문1) 권익옹호활동가라는 이름이 맘에 드시나요?
- 상우, 상윤, 영은: 맘에 들어요.
- 정: 맘에 안 들어요. 그냥 노들 활동가였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 필순: 권익옹호활동가도 노들 활동가이지요. 그런데 여러분 활동의 중심이 권익옹호, 데모 활동이기에 그렇게 붙여 보았어요. 그런데 자립생활운동을 잘 모르는 분들은 권익옹호라는 단어가 낯설 수도 있겠어요. 우리의 권익옹호활동은 장애인을 배제하고 차별하는 세상을 바꿔가는 활동입니다.^^
질문2) 권익옹호활동가를 어떻게 하게 되었나요?
- 상우: 뭐 할 것이 없을까 생각하고 있을 때 박경석 교장 샘으로부터 권익옹호활동가를 권유받았어요.
- 영은: 교장 샘이 제안하셨어요.
- 정: 권익옹호활동가 안하면 평원재에서 나가라는 협박 아닌 협박(?) 같은 것을 받았어요. ㅡㅡ;;
- 상윤: 저는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라서 돈을 벌어야 하는데, 지금 살고 있는 자립생활주택 코디가 정보를 줬어요.
질문3) 어떤 활동을 했나요? 기억나는 활동은 어떤 것이 있나요? 왜 기억에 나요?
- 필순: 우리가 2월부터 활동을 시작했고 한 달에 최소 10회, 최대 18회까지 활동을 했으니 월 평균 12.8회를 한 셈이고, 12월까지 생각하면 154회 정도 활동을 한 것으로 나와요. 일 년 365일이면 2.5일 1회 활동한 것이지요. 우와~~입니다.
- 정: 저는 결정을 좀 늦게 했지만, 광화문농성장을 중심으로 활동을 한 것이 기억에 남아요. 특히 외국인을 대상으로 선전 활동을 할 때 많이 답답했는데, 영문 선전물이 있어 참 좋아요. 아마도 저의 제안이 먹힌 것 같아요. 아주 잘 할 것 같아요.
- 필순: 허정의 제안이었는지 누구의 제안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외국어 선전물이 있는 것은 광화문 농성장을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기에 중요한 일인 것 같아요. 일어와 중국어로도 번역한다고 했는데 그것도 빨리 나오면 좋겠습니다. 근데 참 신기한 게, 우리의 활동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은 동양인 보다 서양인들이 더 많다는 거예요. 그런 것들을 보면 타인에 대한 관심, 타인의 고통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고 함께 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것 같아요(앗! 말이 길다ㅋ).
- 영은: 저는 백남기 농민 추모제가 기억나요. 뭐랄까? 국가의 폭력으로 인해 쓰러지셨잖아요. 추모제에 참석하면서 국가가 어떻게 국민을 물대포로 쏠 수 있는지 많이 분노스러웠어요. 이것도 세월호 사건처럼 절대로 잊지 못할 일이 될 것 같아요.
- 상윤: 저는 장애인평생교육 토론회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 필순: 그 이유는 가장 최근에 참여한 활동이라서 그런 거 아닌가요??
- 상윤: 웃음 (우리가 다 아는 그 웃음^^)
- 상우: 저는 종로구청 점거투쟁이 생각나요. 그 이유는, 정말 이른 시간, 오전 8시에 모여서 한 활동이라서요. 아침 8시 활동이라니!!
질문4) 활동하고 두 달 정도 지났을 무렵, 생계급여 삭감이라는 커다란 장벽이 나타났잖아요. 그 때의 기분과 그에 따른 결정이 지금은 무슨 의미일까요?
- 영은: 좀 당황스러웠지만 상황이 그렇게 되더라도(생계급여가 삭감되더라도) 하기로 한 일(권익옹호활동가)은 해야 하지 않나 생각했어요. 잘 했다고 생각해요.
- 상우: 그만 둘까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어쩌다 지금까지 하고 있네요. 사실 조금 힘듭니다.
- 정: 그만 두려고도 했는데 활동보조인인 강호 형이 계속 설득해서 지금까지 하게 되었어요. 지금 와서 보니 잘했다고 생각해요. 활동을 하기 전에는 TV-게임-야학-TV-게임-야학의 되돌이표 생활이었는데, 활동을 하면서 우울한 마음도 사라지고 잘 한 것 같아요. 후회하지 않습니다.
- 필순: 강호 셈 정말 감사해요. 허정+1의 권익옹호활동가 같으십니다. 든든하고 고맙습니다. 일을 했더니 바로 생계급여를 삭감한다는 것, 장애인에게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인지 정말 어처구니가 없지만, 그 상황을 잘 견디고 같이 활동할 수 있어 좋습니다. 생계급여는 빈곤 계층의 기본적 생활 욕구 해결을 위한 공적 부조입니다. 생계급여 삭감이 실질적으로 소득 감소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한편으로 노동을 하고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생각하는데 동의하나요?
- 다들: 네.
질문5) 중증장애인인 나에게 권익옹호활동의 의미는?
- 상윤: 진짜 필요한 활동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부양의무제 때문에 소득이 없잖아요. 권익옹호 활동은 제가 피해를 보고 있는 부양의무제 폐지를 알리는 길이라 생각해요. 또 권익옹호 활동이 저한테는 돈을 벌 수 있는 활동이기도 하고요.
- 필순: 그런데… 상윤 형은 광화문 농성장에 오면 왜 선전전을 안 해요? (다들 웃음, 상윤도 웃음)
- 상윤: 저는 언어장애가 있고 부양의무제 폐지를 잘 설명하기 어려워요.
- 필순: 앗, 언어장애 문제는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보완대체의사소통(AAC) 기구도 사용할 수 있어요. 내용이 어렵다면,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연습해서 선전전을 할 수도 있고요. 상윤 형은 탈시설 투쟁의 시작인 석암투쟁 8인 중 한 명이기도 하잖아요. 투쟁의 선배로서 그 경험을 우리에게 알려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 상우: 제가 활동하고 있는 모습이 앞으로 시설에서 나올 후배들에게 좋은 모습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 정: 명함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어요. 권익옹호활동을 통해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가져서 좋았어요. 명함을 나눠주면서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고, 또 소속감을 가질 수 있었어요.
- 필순: 아, 그렇군요. 명함을 나눠주면서 느낀 존재감과 소속감도 소중하고, 이와 더불어 정말 중요한 것을 허정이 사람들에게 알려줬다고 생각해요. ‘중증장애인도 일할 수 있다!’ 이것을 책이나 입으로가 아닌 명함을 나눠주는 활동으로 통해, 몸을 통해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정말 소중한 활동이 아닌가요?
- 영은: 재가장애인도 집구석이 아닌 지역사회에 나와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고 느꼈습니다.
질문6) 권익옹호활동가 말고 다른 노동, 다른 직업을 가지고 싶은가요?
- 상윤: 컴퓨터 관련 일을 하고 싶어요. 그래서 일 년 동안 컴퓨터 수업도 열심히 듣고 있어요. 또 뭐든지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상우: AAC를 활용해서 강사 활동을 하고 싶어요.
- 정: 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곳이 지금은 많이 없지만, 나중에는 다양한 노동, 직업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 나는 포토샵으로 만화를 만들고 싶고 일본 가서 그림 공부를 하고 싶어요.
- 필순: 일본에서 공부하고 직업을 갖는 미래를 좀 더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게, 빠른 시일 내에 일본 여행을 준비해서 가보면 좋겠어요.
- 영은: AAC를 활용해 탈시설 멘토로 활동하고 싶어요.
질문7) 권익옹호활동가로 활동한 2016년 한 해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여러분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나요?
- 상우: 참 좋았지만 힘들었어요.
- 상윤: 나가야 발전이 된다고 생각해요. 자기생각과 주장을,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 정: 나는 우울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너무나 재미나고 즐거웠어요.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지겹기도 했어요.
- 영은: 시간을 정하지 않고 활동하니까 좀 힘들었지만 즐거운 활동이었어요.
질문8) 내년에도 활동 하실 건가요?ㅎㅎ
- 상우: 고민 중이에요.
- 상윤: 내년에도 활동할 거예요.
- 영은: 고민 중입니다.
- 정: 하긴 할 건데, 이사 등의 환경이 바뀌면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필순: 악! 다들 고민 중인 것을 보니, 올해 활동이 많이 힘들었나 봅니다. 제가 부족해서 그럴 거예요. 내년에는 담당자가 달라질 수 있으니 다들 잘 고민해 보아요. AAC 강사가 요즘 우리들에게 핫한 직업인 것 같은데, 이 강사는 야학의 장애인권교육 강사와도 비슷한 것 같아요. 강사가 프리랜서라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해보면 그리 쉽지 않을 거예요. 그러기에 내년에도 같이 활동합시다!!ㅎㅎ
며칠 전 권익옹호활동가와 상담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매일 얼굴 보는 이들과 이것저것 묻고 메모하는 과정이 어색했는데 감동적인 순간이 있어 옮기고 싶습니다.
- 직업 활동의 경험은?
- 없어요. 앗, 권익옹호활동가를 하고 있고 있어요.
- 앗, 권익옹호활동가, 이것이 당신의 첫 직업이군요.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거나 상담 시 ‘직업’란에 꼭 무엇을 써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에게는 공란이 아닌 무엇이라도 적어보는 것이 소원이 될 수 있겠구나, 직업으로 ‘권익옹호활동가’라고 적는 순간, 이 활동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중증장애인의 직업 활동이자 소득 활동으로 권익옹호활동가가 하나의 가능성이 될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니 가슴이 쿵쿵거렸습니다. 그 쿵쿵거림으로, 저는 내년에도 후년에도 이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힘이 생겼습니다. 노들센터 권익옹호활동가라 말하는 순간에 활동을 같이 하는 이들도 힘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힘내자! 권익옹호활동가들이여!! 힘내자! 장애인운동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