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9월 월간노들바람 제59호
추석 & 피아노 편집장 알숙
추석입니다. 다들 안녕 하신가요?
저는 비가 추적축적 내리는 고속도로 버스 안에 있습니다. 빗방울이 쳐대는 창으로 시커먼
도로가 보입니다. 그리 안녕하지 못한 추석인가 봅니다.
저희 집에는 피아노가 한 대 있습니다. 추석 이야기하다 왜 난데없이 피아노냐고 하시겠지
만 추석이라 생각나는 피아노가 있습니다. 내가 학교도 채 들어가기 전 연탄가스로 사경을
헤매다 살아 나오신 할아버지는 뜬금없이 피아노 한 대를 사주시고 우리 집에 들어오셨다.
왜 피아노였는지는 모른다. 그냥 피아노였다. 울림통이 커다란 피아노는 아니었지만 거실
한켠에 장식용으로는 제격인, 사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뻔한 제법 가지런한 건반을 가진
피아노였다. 그 시절 아버지는 살가운 효자는 못되었으나 내 기억으로는 그럭저럭 효자였다.
할머니 댁에 가기 전날 저녁밥을 굶기셨는데, 이는 아버지의 지론인 먹는 만큼 힘을 쓴다는
정책에도 명백히 반하는 것으로 생각컨대 내가 할머니의 나물국과 나물반찬을 남기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였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불행한 사실은 아버지가 효자이면서 살가운 부모였으나 사려깊은 부모는 못되었다는
것이다. 그맘때 사내아이들의 바람은 흰 도복과 날렵한 신발을 신고 태권도 학원에가는 것이다.
백배 양보 한다 해도 제법 똑똑해 보이게 한다는 주산학원 가방 정도를 둘러메 주는 것이다.
피아노 학원이라니.... 젠장 맞을....
피아노 학원생활은 나의 도주를 알리지 못하고 때때마다 레슨비를 건네 받는 피아노학원선생의
난감하고 불안한 표정만큼이나 지루했다.
그렇게 5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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