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들바람을 여는 창]
이번 『노들바람』 108호에 실린 글들에서는 ‘○○를 그리며’, ‘○○를 보내며’, ‘○주기’, ‘○○를 추억하며’와 같은 문구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띕니다. 누군가의 죽음과 빈자리에 관한 이야기들. 4월 초 어느 날, 저희들은 탈시설 장애인들의 벗이자 노들의 키다리 아저씨였던 평원재단 이종각 이사장님의 부고를 접해야 했고, 같은 날 새벽, 노들야학에서 10년 넘게 같이 공부하고 술 마시고 투쟁하며 지내 온 호식이 형마저 너무나 황망하게 저 세상으로 떠나버렸습니다. 노들의 식구들은 세월호 2주기 기억식에 함께 했고, 420투쟁문화제는 국현이 형과 유성기업 해고 노동자 한광호 열사를 추모하는 자리로 만들어졌으며, 4월 23일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故 육우당 13주기 추모문화제’에서도 국현이 형의 억울한 죽음을 함께 이야기했지요.
그리고 얼마 전 7월 12일 저녁, 노들야학에서는 ‘『다시 봄이 올 거예요』 함께 읽기’ 마지막 순서, ‘장애의 눈으로 함께 읽기’ 행사가 있었습니다. 노들야학의 철학 교사인 고병권 선생님께서 도입 발제를 맡아 주셨는데요, 선생님은 준비해 오신 글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셨습니다. “‘비어-있음’은 사실은 ‘있음’의 한 방식”이며, “망자의 빈자리, 망자의 침묵이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 대한 중대한 발언일 때, 다시 말해 진실의 자리이고 목소리일 때”, “이때 이 빈자리를 없애는 것은 진실을 매장하는 것과 같습니다”라고요. 그리고 “망자의 부재와 침묵이 현실에 대한 고발일 때, 우리가 망자의 죽음에서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는 소리를 분명히 들었을 때, 우리의 건강은 현실의 승인이 아니라 현실의 변혁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요.
시작할 때는 없었지만, 시작한 이후 열두 개의 영정을 위한 자리가 마련된 공간,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광화문 농성장이 이제 곧 4년을 맞게 됩니다. 우리 곁을 떠나간 그 소중한 이들의 빈자리가 삭제되지 않도록, 그리고 우리의 건강한 삶이 가능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목소리 높이고 싸워야겠습니다. 『노들바람』의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함께 해주시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