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怒)치아나! 놓치않아~!!
김진수 | 노들야학 상근 교사이고, 2016년 교사대표이기도 해요. 요새 취미는 점심시간마다 낙산에 올라 제가 살고 있는 곳을 보고 오는 거예요. 높은 곳에 올라 먼 곳을 보는 일은 언제나 좋네요.
보치아는 표적구를 향해 공을 던져서 표적구에 가깝게 위치한 공의 점수를 합해 승패를 겨루는 경기로, 뇌병변장애인과 운동성 장애인만이 참가할 수 있는 종목입니다. 공을 던지는 방식은 저마다 다릅니다. 손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손을 사용해서 공을 던져 표적구에 붙이고, 손을 사용하기가 불편한 사람은 홈통(보치아 공을 굴리는 도구)을 이용해 공을 굴려 표적구에 붙입니다. 홈통을 사용하는 사람은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아 경기를 합니다.
2016년 종로구 노들보치아교실(별칭 노치아나)이 열렸습니다. 4월 27일 시작한 노치아나는 매주 수요일 총 20회의 일정으로 진행됩니다. 그 기간 동안 노치아나에 참여한 노들야학 학생들은 보치아 실력을 키우고, 지역사회에 장애인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역할을 할 겁니다. 집이나 시설에 처박혀 주는 밥이나 먹는 삶이라는 인식을 깨고, 그곳을 박차고 나와 함께 살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보치아를 통해 보여줄 겁니다. 노치아나의 실력은 사실 그리 좋지 않습니다. 작년 한 해 보치아 대회에 나가 거둔 최고 성적은 노들이 주최한 경기에서 2등을 한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가능성이 있습니다.
14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야구 역사에서 지금까지 통용되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Nice Guy Finish last. 번역하자면, 착하면 꼴찌라는 말입니다. 감독들은 경기 전 선수들의 투쟁심을 높이기 위해 이 말을 한다고 합니다. 다행히 우리는 그것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시키는 대로 이사회가 원하는 대로 사는 삶이 아니라, 잘못 된 것에는 성내고 딴지거는 삶이 경기에서도 세상에서도 이기는 길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아마도 노치아나의 ‘노’자는 노들의 노라는 말과 성낼 노(怒)의 ‘노’ 두 가지 의미를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뜻을 놓치지 않고 남은 노들보치아교실을 잘 마무리 했으면 좋겠습니다. 노치아나! 놓치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