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5월 월간노들바람 제54호
아! 4월잔인한달이여... 편집장 알숙
모 영화잡지의 기자는 4월이 잔인하다고 한다. 제법 괜찮은 영화들이 매년 4월이면 잇달아 죽을 쓰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월에 개봉일정을 맞춘 영화들에 소소한 경의를 표 할 뿐이란다. 날씨
가 이렇게 좋은데 누가 영화를 보러 오겠느냐는 너스레를 떨며 4월이 잔인하단다. 필자도 얼마 전 막걸
리, 김치전을 싸 들고 봄볕의 끝자락을 잡으러 인근 공원에 다녀왔다. 인산인해, 연령불문?. 어찌나 많은
사람들이 4월의 부름에 충실히 달려왔던지 영화잡지 기자의 말을 100배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생각
보다 너무 많은 사람들을 보고 놀란 탓일까? 즐거운 비명들을 뒤로하고 후미진 공원 구석에서 막걸리를
비우자마자 주섬주섬 짐을 챙겨 도망치듯 빠져 나왔다. 4월의 봄볕을 즐기기에 4월은 노들에게도 탐탁치
않은 달이어서 일깨다.^
몇 해 전부터 노들의 4월은 검은 제복의 전경들과 마주하며 시작된다. 방패 새로 조금이라도 봄볕이 스며
들까 촘촘히 붙어 있는 전경들의 몸뚱이를 보면 4월의 봄볕은 금새 검은 그림자너머의 땅에 절단 난 현실
이 된다. 4월 20일, 정부는 ‘장애인의날’을 만들었다. 쌩뚱맞게도 이날은 기상청 통계상 비가 올 확률이 가
장 낮은 날이란다. 1년 365일 옴짝달싹 못하게 묻어둔 된장 독을 열어 보듯 따뜻한 봄볕을 조명 삼아 어디에 묻혀 있었는지도 모를 장애인들을 동원해서 잔치를 열기 위함이다. 잔치는 1년에 한번뿐인 만큼 지나치게 흥겹다. 1년에 한번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장관이, 서울시장이, 국회의원이, 여타 이런저런 자(者)들이 장애인문제를 이야기 한다. 방송국 아나운서의 눈물은 얄궂게도 일년에 한번 4월 20일에 생방송 시간에 맞춰 터져 나온다. 1년에 한번 사회는 하루도 벗어나지 않게 같은 날에 목소리 높여 장애문제를 이야기하고 눈물을 쏟는다. 엄청나게 몰아치는 잔치는 항상 연예인들과 음식물로 메꿔지고 봇물처럼 쏟아 놓은 말들과 눈물은3시간 특집방송이 끝날 무렵 다시 어디에 묻힐지도 모를 독에 주섬주섬 담긴다.
혹자는 초대받지 못했거든 흥이나 깨지 말라고 한다. 왜 하필 1년에 한번 있는 잔치에 똥물을 퍼붓냐고 난
리다. 그래서 그럴께다, 우리에 4월이 검은 제복 밑에 가리워진 땅에서 시작됨은 아마도 그래서일께다.
지난 3월 26일 한 무리에 장애인들이 국가 인권위원회를 점거했다. ‘대한민국에 장애인권은 없다.’는 대형 현수막이 광화문 거리 한켠에서 한 달을 버티고 섰다. 4월 20일 마포대교 위에서 93명이 연행됐다. 그들은‘장애 차별 철폐’를 외쳤다.
노들은 3월 26일 인권 위원회에 있었다. 그리고4월 20일까지 한달 동안‘장애 차별 철폐’를 외쳤다. 그리고 4월 20일 마포대교에 서 있었다. 개중 누군가는 흥겨운 잔치에 초대장을 갖고 있었지만 우리는 마포대교에 섰다.
우리는 일년을 묵어야 하는 그네들의 독에 들어가지 않았다. 한나절 울어재끼던 아나운서가 화장을 고치고 말한다. ‘몇몇 장애인 단체들의 과격 시위로 심한 교통 체증이…’4월 20일 그네들의 한바탕 잔치는 눈화장을 고친 아나운서의 3초 맨트로 끝이 났다. 남은 것은 꽁꽁 묶여 뭍혀진 그네들의 독과 독안에 든 장애차별의 현실이다.
이번달 노들바람은‘420 차별에 저항하라’특집으로 만들었다. 노들의 소소한 일상이 궁금하시겠지만, 한 달만 참아 주시길... 차별에 저항하며 싸우는 것도 피할 수 없는 노들에 일상일수 밖에 없지 않은가?
노들바람 제54호 보기 ▶ 노들바람 54호.pdf
- 이야기 구성 -
노들바람
[노들바람을여는창]
우리안의 이야기-4.20 특집
프롤로그
플롯 # 1 “너는 누구냐?”
플롯 # 2 “저항하라!”
플롯 # 3 “동지”
플롯 # 4 ‘세상을 바꾸는 투쟁! 변혁하라!!’
에필로그
“차별에 저항하라!”- 김명학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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