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2주기 ‘기억식’과 ‘진실을 향한 걸음’
박준호 | 전(前) 노들야학 상근자
2014년 4월 16일 아침, 나는 노들장애인야학의 학생 및 교사들과 함께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주관하는 문화제 공연에 참석하기 위해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서기 전 잠깐 뉴스를 보다가 제주도로 가는 배가 좌초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집을 나선 이후 탑승객 전원이 구출되었다는 오보가 전해졌고, 배에서 탈출한 사람들이 구조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밤늦게 문화제가 끝나고는 노들야학 학생인 송국현 님이 입원해 있던 강남 베스티안병원으로 향했다. 그는 전신에 3도 화상을 입고 입원해 있었다. 그가 살던 집에 불이 났고, 장애등급이 3급이라는 이유로 활동보조인 없이 혼자 살던 그는 스스로 탈출하지 못해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
생명이 꺼져가는 그를 보고 돌아오던 그 시간, 세월호에 남아있던 사람들의 생명도 송국현의 생명과 같이 사그라지고 있었다. 다음날 송국현 학생은 끝내 사망했고, 그를 알던 모든 사람들은 깊은 슬픔과 분노를 동시에 느껴야 했다. 그렇지만 또한 사람들은 세월호의 승객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며 희망을 놓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의 희망은 분노와 추모로 바뀌어갔고, 송국현이 그러했듯 많이 이들이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가게 되었다.
2016년 4월 16일 아침 일찍 나는 안산으로 향했다. 세월호 참사 2주년 ‘기억식’과 ‘진실을 향한 걸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2년이 지난 이날, 세월호 참사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돌아오지 못했지만 참사의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고, 지금도 세월호 가족들은 고통 속에 살고 있다. 기억식이 진행된 안산 화랑유원지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분향을 하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기억식을 진행했다. 우리는 약간의 비를 맞으며 행진을 했고 단원고 교실을 돌아본 뒤 서울로 돌아왔다.
5월 17일 강남역 인근 건물 공용화장실에서는 한 여성이 혐오범죄로 살해당했다. 5월 28일에는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수리를 하던 19세의 노동자가 들어오던 전철에 치여 사망했다. 작년 8월 강남역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는 진실 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렇듯 많은 사람들이 구조적인 문제로, 또 혐오범죄로 죽어가고 있다. 강남역과 구의역에는 이들을 추모하는 포스트잇이 붙었고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한다.
세월호를 기억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가방에 노란리본을 달고 여러 집회와 간담회에 참석하고, 또 관련 소식에 관심을 가지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고 진실 규명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나는 할 만큼 했다는 맘이 생겼던 걸까. 언제부턴가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점점 나의 관심에서도 멀어져가고 있는 것 같아 부끄럽다.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듣고 함께 하겠다고 다짐해 왔는데. 이런 죽음이 더 이상 없으면 하고 간절히 바란다고 생각해 왔는데. 조금씩 다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