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권교육 이야기]
공무원 인권교육을 다녀와서
김동림 | 석암재단(현 프리웰)에서 운영하는 시설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다 2009년에 자립한 탈시설 7년차 장애인. 노들장애인야학 한소리반 학생이고, 탈시설을 하려는 후배들 멘토 활동과 인권교육을 열심히 하고 있다.
2015년 9월부터 공무원을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나갔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은 많이 해봤지만 공무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나가보기는 처음이다. 처음 나야 장애인권교육센터에서 강의를 제안 받았을 때, 나는 망설였다. 아직 학생들에게도 인권이란 것을 잘 전달하지 못하는 내가 공무원 교육이라니, 웬 말?
교육 장소는 서울시인재개발원이었다. 공무원 교육장이라고 해서 장애인 편의시설은 잘 되어 있겠지 생각했다. 첫날 교육을 가보니 1층에 장애인화장실과 경사로는 비교적 잘 되어 있었다. 그런데 막상 5층 교육장에 가보니 대 실망. 왜냐하면 나의 차례가 되어 무대에 올라가려고 보니 경사로가 없어서 이동경사로를 설치하여 올라가야 했기 때문이다.
또한 교육을 마치고 화장실을 가려고 하니 5층에는 장애인화장실이 없어 1층으로 내려가야만 해서 번거로웠다. 비장애인만 이용하는 교육장이 아닌데, 당연히 장애인도 함께 다닐 수 있도록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어야 하고, 층마다 장애인화장실도 설치되어 있어야 한다고 얘기했다. 교육 중에 여성 공무원 한 분이 서울시인재개발원 측에 이야기를 해서 경사로를 설치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다음날 교육을 나갈 때는 일부러 수동휠체어를 타고 갔다. 공무원들에게 경사로가 없으면 힘들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무대에 올라 갈 때 공무원들이 밀고 올라갔는데, 얼마나 힘들었는지 얼굴이 빨개지고 땀을 흥건하게 흘렸다.
그렇지만 매번 그렇게 하자니 나도 번거로워, 이후부터는 그냥 전동휠체어를 타고 가서 무대에 올라가지 않고 그냥 밑에서 교육을 했다. 이렇게 몇 번 나가다 보니 나도 그냥 적응이 되어가고 있었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조금 헷갈리기는 하지만.
공무원들은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잘 모른다. 송국현 동지의 영상을 보여 주면 그제야 얼마나 힘든지 조금 아는 듯도 했다. 또 고속버스 타기 행사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공무원들은 이렇게 반응한다. 그건 집회 아니냐고, 또 기차 타고 가면 되지 않느냐고.
나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명절이 되면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가족들을 만나러 고향에 가고 싶은 것은 마찬가지인데, 기차가 가지 않는 곳도 많고, 또 기차 타고 가면 번거롭게 이동해야 하는 곳이 아직 많다. 하지만 고속버스 타면 번거롭지 않고 목적지까지 안전하고 편하게 갈수 있다.
또 마지막에는 이런 말도 덧붙인다. 2시간의 교육을 통해 장애인의 인권을 다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이후부터는 장애인을 도와줄 때 자기 마음대로 하지 말고 꼭 물어보고 도와주라고.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인권에 대해서 잘 모른다. 인권강사도 더 많아지고, 그래서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인권교육도 조금 더 체계적으로 잘 이루어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