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수야2’ 음반을 소개합니다
김종환 | 1989년 결성된 성남지역 노동자 노래모임 ‘아우성’의 멤버였고, 이후 전국장애인한가족협회 노래패 ‘노둣돌’, ‘장애인문예창작단’ 등에서 활동했다. 현재는 정태수열사추모사업회 집행국장으로 일한다. 「점거하라」, 「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봄날」 등의 노래를 만들었다.
‘태수야2’ 음반이 나왔습니다. 지난 2003년 ‘태수야’ 음반이 나온 뒤 무려 13년 만이네요. 이전 음반이 정태수 열사가 즐겨 부르던 곡이나 좋아했던 노동가요 등으로 채워졌다면, 새 음반 ‘태수야2’는 장애인의 삶과 애환, 투쟁의 의지를 담은 노래들을 많이 담았습니다.
당당하게 외쳐봐 해방 세상을 장애해방 사람세상을
전동이 앞장서서 밀어붙이면 우리 꿈도 가까워진다
(중증장애인노래패 ‘시선’이 부른 「덤벼」 가사 중에서)
무엇보다 이번 음반의 가장 큰 특징은 중증장애인 당사자들이 함께했다는 것입니다. 최근 들어 문화예술에 대한 장애인 당사자들의 직접 참여가 활발해지고 있는데요, 중증장애인 노래패 ‘시선’은 이번 음반에서 「덤벼」, 「옹달샘」, 「세상 속으로」 등의 노래를 직접 불렀습니다. 아시다시피 ‘시선’은 골형성부전증, 뇌성마비, 언어장애 등이 있는 중증장애인 활동가들로 구성된 노래패입니다. 장애인에 대한 왜곡된 현실과 투쟁의 의지를 당사자들이 직접 노래로 담아냈습니다.
밥은 먹었냐고 먹을 거 혼자 먹을 줄 아냐고
밖엔 어떻게 나왔냐고
어디에 가냐고 화장실은 어떻게 가냐고
혼자 할 줄 아는 게 뭐 뭐 있냐고
학교는 어디까지 다녔냐고
나라에서 돈은 얼마나 받느냐고
어쩌다 장애인이 됐냐고
나라에서 받는 혜택이 뭐 뭐 있냐고
비 오는데 왜 나왔냐고 묻지 말고
지금의 절규를 들어봐
(한낱의 랩 「우리는 긴다」 가사 중에서)
또 하나의 특징은 ‘태수야2’ 음반에 중증장애인들이 직접 쓴 가사가 많다는 점입니다. 위 가사는 중증장애여성 정은주 님의 시 「지나친 관심」의 일부입니다. 어릴 적부터, 성인이 되어서도, 어쩌다 바깥에 한 번 나갈라치면 뭐가 그리 궁금한 게 많은지 장애인에게 ‘지나친 관심’을 보이는 비장애인에 대한 풍자를 담았습니다. 래퍼 한낱 동지가 멋진 랩으로 만들어 불렀지요. 중증장애남성 박정혁 님의 시 「저상버스」도 노동가요 작곡가 김호철 님이 가락을 붙여 멋진 노래로 만들어졌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피눈물의 거리에서
손짓 발짓 몸짓으로
억눌려 참았던 설움의 분노를
차가운 아스팔트에 붓는다
(「그날들을 기억해」 가사 중에서)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으로 일하는 최진영 님의 시도 노래로 실렸습니다. 장애해방운동의 한 획을 그은 지난 2006년 한강대교 투쟁이 떠오르는 노래이지요. 「점거하라」, 「봄날」 등 제 노래도 음반에 담겨 있습니다.^^
이밖에도 각 추모제 등에서 노동가수 박준 동지가 열사의 어머니께 불러 드리면 모두를 눈물짓게 하는 「편지5」(윤민석 글, 곡), 투쟁의 현장에서 모두가 흥에 겨워 따라 부르는 여성 듀오 ‘다름아름’의 「천천히 즐겁게 함께」(김호철 글, 곡), 빈곤과 장애와 여성으로 힘겨운 삶을 살다 떠나신 열사를 기리는 「최옥란 열사 추모가」(박태승 글, 곡), 정태수 열사가 살아생전 심혈을 기울인 노동권의 의미를 담은 「노동은」(김호철 글, 곡) 등도 이번 음반에 들어 있습니다.
음반의 마지막 곡은 널리 알려진 「태수야」입니다. 이 곡은 열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하루 만에 만들어져 장례식장에 애잔하게 울려퍼졌습니다. 당시 사랑하는 후배를 보낸 슬픔에 박준 님의 녹음은 몇 번이고 중단되었다고 합니다. 세상을 떠난 뒤 누군가에게 기억된다는 것은 투쟁의 현장에서 힘을 북돋는 일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참 코끝 찡한 일입니다.
‘태수야2’ 음반에 가장 많은 곡을 쓰신 분은 노들 음악대를 지도해주시는 김호철 선생님이십니다. 음반에 실린 총 21곡 중 13곡을 직접 만드시거나 가락을 붙여주셨네요. 주옥같은 곡으로 장애인운동에 함께해주시는 김호철 님께 다시 한 번 고마움을 전합니다.
음반 ‘태수야2’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장애해방운동가 정태수 열사를 추모하는 음반입니다. 정태수 열사는 1980년대 말부터 싹틈, 장애인운동청년연합회, 전국장애인한가족협회 등을 거치며 20여 년 동안 장애인운동에 헌신하면서 불꽃같은 삶을 살았습니다. 열사는 지난 2002년 장애인 청년 활동가 양성 프로그램의 모꼬지 뒤풀이 도중 과로에 의한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정태수 열사는 노들야학을 만든 구성원이고 현재 교장 선생님이신 박경석 님을 노들야학 교사로 꼬신 분이기도 합니다. 1995년경엔 전국장애인한가족협회 노래패 ‘노둣돌’ 활동을 하면서 동료들과 함께 김호철 님을 찾아가 「장애해방가」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고, 지금도 이 노래는 투쟁의 현장에서 힘차게 불리고 있습니다.
모쪼록 이번 추모음반 ‘태수야2’가 많은 활동가와 중증장애인분들에게 전달되어 진보적 장애인운동에 조그마한 밑불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특히 노들야학 창립 멤버인 정태수 열사를 생각하며, 노래를 짱 사랑하는 경남 님을 포함해 노들의 식구들이 이번 음반에 더 각별한 애정을 쏟아주시길…^^
<‘태수야2’ 수록곡>
1 턱을 헐어요(글, 곡 김호철 / 노래 다름아름) 2 우리는 긴다(작사 한낱 / 노래 한낱) 3 천천히 즐겁게 함께(글, 곡 김호철 / 노래 다름아름) 4 그날들을 기억해(글 최진영 곡 김호철 / 노래 김종환) 5 점거하라(글, 곡 김종환 / 노래 이혜규) 6 편지5(글, 곡 윤민석 / 노래 박준) 7 사랑하는 어머니께(글, 곡 박태승 / 노래 김종환) 8 덤벼(글, 곡 김호철 / 노래 시선) 9 저상버스(글 박정혁 곡 김호철 / 노래 다름아름) 10 짱이(글, 곡 김호철 / 노래 김한) 11 장애인차별철폐투쟁가(글 김종환, 김호철 곡 김호철 / 노래 김종환) 12 휠체어 타고(글, 곡 김호철 / 노래 황현) 13 노동은(글, 곡 김호철 / 노래 박준) 14 옹달샘(글, 곡 김호철 / 노래 이라나) 15 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글, 곡 김종환 / 합창 김종환, 박은영, 권영주, 이혜규, 황현) 16 최옥란 열사 추모가(글, 곡 박태승 / 노래 이혜규) 17 내 몸의 급수(글, 곡 김호철 / 노래 다름아름) 18 세상 속으로(글, 곡 김호철 / 노래 시선) 19 봄날(글, 곡 김종환 / 노래 김종환) 20 임을 위한 행진곡(글 백기완 곡 김종률 / 합창 이혜규, 권영주, 박은영, 황현, 오숙희, 박란희) 21 태수야(글, 곡 김호철 / 노래 박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