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아이스크림 선생님
- 김장기 늦은 집들이
박지원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활동가. 함께 싸우면 세상은 나아진다고 믿는 사람. 장애운동을 만나고 서른살이 되는게 두렵지 않아졌다.

수업 때에도 들다방에서도 만나기만 하면 “놀러와 약속 집들이, 족발에 회에 닭도리탕에 이것도 저것도 먹고 누구도 저기도 부르자”는 장기님. 정말 그놈의 집들이, 하기는 하는 건가 했는데 그래도 진짜 날짜가 잡혀서 (이사한지는 한참 지난) 장기님의 집들이에 가게 되었다.
미로같은 복도 끝에 장기님 집은 첫인상부터 강렬했다. 바닥은 절절 끓고, 에어컨은 냉동실마냥 차가운 집. 노천탕 같은 냉난방시스템이 나를 반겨주었다.
너무너무 신나서 칼질은 안하고 이야기만 하는 장기님께 감자도 쥐여주고 당근도 쥐여주며 닭도리탕을 만들었다. 부산 여행 이야기도 듣고, 노들야학 홈페이지도 들어가서 학생과 교사 이름 맞히기 시간도 가졌다.


한참 부산여행기를 들려주던 김장기씨. 갑자기 주크박스가 되어 노래를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만 외치면 계속해서 새로운 노래가 나오는 마성의 주크박스 김장기. 아 ~ 이 빼지 않는 (오히려 더 하고 싶은) 김장기의 매력. 깔깔깔 즐겁게 웃고 떠들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이는 정말 즐거워보였다. 색연필과 노트를 꺼내 월화수목금토일을 적기 전까지.
장기님께 요일을 알려주고자 시작된 갑분 수업시간. 그는 급격히 지쳐갔다.. zz 지친 장기님과 포기할줄 모르는 신입교사인 나 ,, 계속되는 수업에 장기님은 점점 드러눕게 되었고 ,, 다급해진 교사들과 나는 황급히 서로를 그리는 시간을 가지며 다시금 재미를 찾아왔다.


가정방문은 처음이었는데, 이제야 또 알게된 것들이 있다. 김장기는 노들야학 홈페이지 보는 것을 좋아하고, 노천탕같은 집에서 살며, 침대 머리 맡에는 요상한 플라스틱 공주 가방을 두고 산다는 것을.
그 날 다른 투쟁 일정 때문에 빨리 나오느라 나중에 꼭 아이스크림도 같이 먹자고 약속했는데, 그 다음주엔가 만나 아이스크림도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그날부터 나는 아이스크림 5층 쌤이 되었다.


아이스크림과 박지원
집회 때 만나 안녕하세요 하는 것과는 또다른 경험이 수업을 하며 학생으로 당사자들을 만나는 것이었는데, 집들이는 장기님과 한 걸음더 가까워지는 또또 다른 경험이었다. 장기님이 그려준 나와 내 옆에 동그라미 아이스크림이 있는 그림은 한동안 내 책상에 꼭붙어있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