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25년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
천주교는 장애인 탈시설 권리를 보장하라
배용수
노들장애인야학 활동가

2025년 4월 20일을 돌아보면 혜화동 성당의 종탑이 떠오른다. 종탑에서 펄럭이던 ‘천주교는 장애인 탈시설 권리 보장하라!’고 적힌 거대한 붉은 현수막이 눈앞에 그려진다. 행진 중 성당 문 앞에서 일어난 경찰과의 대치도 또렷하다. ‘한국 천주교는 장애인의 탈시설권리 빼앗지 마라’라 적힌 현수막을 펼치자, 무장한 경찰들은 이를 빼앗으려 온몸으로 저지했다. 장판에 발을 들이고 처음 마주한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이었다.
노들장애인야학에 오기 전까지 ‘탈시설’은 생소한 말이었다. 사실, 지나친 말이었다. 책에서, 길에서 ‘탈시설’을 마주쳐도 오래 붙잡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울산 태연재활원의 집단 학대 소식에 격분하긴 했어도, 고백컨대 나쁜 시설 하나의 문제로만 여겼었다. 2025년 장애인차별철폐의날을 이틀 앞두고,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동지들이 종탑에 오르고서야 ‘탈시설’은 비로소 더 이상 지나칠 수 없는 말이 되었다. 고공을 오를 만큼의 간절함 앞에 그동안의 무지가 부끄러웠다.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전후로 보름간 이어진 농성동안 탈시설 운동에 연대하는 동지들이 혜화동 성당을 찾았다. 탈시설 당사자가 시설의 학대를 목 놓아 고발하고, 이 운동에 오래 전념한 활동가가 시설의 존치가 이 사회를 장애인 배제의 상태로 고착시킨다고 연설했다. 많은 이들이 하느님을 내세워 장애인을 시설에 가두고 이익을 취해 온 천주교의 기만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들의 진심 어린 발언은 그간 탈시설 운동에 무심했던 나를 일깨웠다.
5월의 둘째 날 마침내 세 명의 활동가가 농성을 마치고 종탑에서 내려왔다. 열닷새 만에 내려온 그들이 그간 아래에서 기다려온 동지들에게 인사할 잠깐의 시간도 경찰은 주지 않았다. 장애인차별철폐의날에 그랬던 것처럼 수백의 경찰이 성당을 에워싸 인간 장벽을 만들었다. 체포보다 진료가 우선이란 외침을 귓등으로도 안 들었다. 결국 세 활동가는 수갑이 채워진 채 자리를 떠났다. 장판에 들어온 이래 가장 분개한 날이다. 지금도 그날을 떠올리면 울화가 들끓는다.

2025년 4월 20일 전후 농성에 연대하며, 나는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그 이후, 그 간절하고 격렬했던 투쟁 이후 세상의 변화는 크게 체감되지 않는다. 얼마 전 이준석이 장애인 탈시설지원법 폐기 촉구 집회에 참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장애인의 주거 선택권을 위해 시설을 지키겠다고 망언했다. 탈시설에 대한 왜곡과 반대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비록 지난할지라도 지난 장애인차별철폐의날 혜화동 성당의 종탑에서 나부끼던 현수막을 기억하며 싸워나가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