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가을 143호 - [장판 핫이슈] “점수가 아닌 삶을 보라” - 이진장(이제는 진짜 장애등급제 폐지) 투쟁의 현장에서 / 유진우

by 루17 posted Oct 08,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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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판 핫이슈]

 “점수가 아닌 삶을 보라”

- 이진장(이제는 진짜 장애등급제 폐지) 투쟁의 현장에서 

 

 

 

 유진우

해방의 길을 향해 찾아 헤매다가 정착한 곳은 ‘장판(장애인운동판)’입니다. 장애인 당사자로서 겪은 차별과 억압을 장판에서 마음껏 털어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해방을 향해 나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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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수가 아닌 삶을 보라! 

 

  이 구호가 국민연금공단 서울남부지역본부 1층 로비에 울려 퍼진다. 이 구호는 단순한 외침이 아니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와 직결된 현실을 드러내는 말이다. 

 

  현재 활동지원서비스는 15구간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적게는 월 60시간, 많게는 월 480시간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여기서 종합조사표라는 도구가 있으며 이 도구는 앞으로 장애인의 당사자의 ‘인생’을 좌지우지하게 된다.

 

 

  장애인 당사자의 삶을 옭아매는 ‘종합조작표’의 허구성

 

  종합조사표는 일상생활동작과 인지·행동 특성(X₁), 사회활동(직장·학교생활 등, X₂), 가구환경(독거 여부, 주거 특성 등, X₃)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도구가 장애인의 ‘삶’을 점수로 환산하여 구간을 결정한다. 나는 이 투쟁을 하기 전까지 종합조사표의 존재조차 몰랐다.

 

  하지만 진짜 장애등급제 폐지, 종합조작표(점수를 조작하여 구간을 나누고, 장애인의 삶을 장난치는 것을 이야기한다) 폐기 투쟁의 노들 단위 총괄을 맡게 되면서 그 허구성을 하나하나 배우기 시작했다. 점수라는 숫자가 어떻게 당사자의 삶을 옭아매는지, 조사표가 어떻게 장애인의 일상을 좌지우지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당사자를 지원하기 전 정보공개청구(이전 조사 결과표의 세부 항목 점수를 파악할 수 있는 제도)를 통해 나의 종합조사표 결과를 받고, 점수를 분석하게 되었다. 나의 X₁값은 250점이었고, X₂값은 노동하고 있으니 24점, X₃값은 혼자 살고 있으니 36점으로 산출식에 대입했을 때 11구간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혼자 살고 있지 않거나 직장을 다니고 있지 않으면 13구간까지 하락하게 된다. 아니 그보다 더 하락할 수도 있다. 바로 이 지점이 문제다. 점수가 장애인의 삶을 규정해 버리는 구조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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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지원 종합조사표 조사항목 및 종합점수 산정방법

 

 

  신청이 아니라 투쟁이었다.

 

  나는 이 투쟁의 당사자로 참여하면서 동시에 조력자로 역할을 했다. 내가 원하는 나의 구간은 9구간이었고, 이를 받기 위해선 X₁값을 최소 50점은 올려야 했다. 그래서 활동지원서비스 구간 변경 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1차 병원에 갔다(사실 내가 다니는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는 게 좋으나, 시간이 촉박해서 집 근처 재활병원에 갔다). 나는 의사와 진료를 받을 때 “활동지원서비스 시간이 부족해서 시간을 늘리고자 한다. 진단서 발급을 해줄 수 있어요?”라고 했지만, 의사는 “어렵다.”라고 이야기했다. 나는 사정사정하여서 말하니 의사는 장애코드(질병코드)를 알려주면 진단서를 써주겠다고 하여서 센터에 제출한 진단서를 생각해 내 활동가에게 알려달라고 해서 겨우 진단서를 발급받았다. 그리고 주민센터에 가서 활동지원서비스 구간 변경 신청하러 왔다고 했다. 이는 단 3시간 만에 이루어진 과정이다. 결국 나는 활동지원서비스 구간 변경 신청을 하고 노들센터와 노들야학 활동가들에게 진행 상황을 공유받기도 하고 공유하기도 하였다.

 

  또한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총괄 시트에 진행 상황을 입력하는 등 바쁘게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노들센터 권익옹호 활동가의 조력을 하기 위해 만나기로 한 병원에 가서 진단서를 발급받고 주민센터에 가서 활동지원 서비스 구간 변경 신청을 하였다. 노들 단위 활동가들이 발로 뛴 결과 하루 만에 총 7명의 당사자와 활동지원서비스 구간 변경 신청을 하였다. 

 

 

  지옥 같은 조사, 그러나 함께 이겨낸 시간

 

  진짜 고비는 종합조작조사 대응이었다. 종합조작조사는 ‘무능’을 입증하는 과정이다. 즉 장애인 당사자가 혼자서 얼마나 할 수 없는지를 조사하는 지옥 같은 시간이다. 종합조작조사는 당사자, 조사관 1명~2명, 활동지원사나 활동가 배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조사를 보면 집에서 당사자와 활동지원사가 조사관을 대응하면서 고립된 상황 속에서 조사를 받았었다. 이렇기에 당사자가 아무리 이야기해도 조사관이 봤을 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점수를 안 주는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달랐다. 이미 조선동, 유정윤의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농성 투쟁으로 농성장에서 조사를 받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수많은 장애인 당사자가 든든한 조력자와 함께 농성장에서 조사를 받았다. 

 

  결과부터 이야기하면 나는 11구간에서 6구간으로 총 5구간 상승하는 성과를 얻었다. 그뿐만 아니라 노들 단위 당사자도 1구간에서 5구간 상승하는 성과를 얻었다. 이는 분명히 종합조작표의 문제라 할 수 있다. 객관적인 조사표라고 이야기는 하지만 조사관의 주관적인 생각이 들어가는 것이고, 의학적 관점에서 장애 상태를 해석하려 하다 보니 본인이 원하는 시간보다 적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

 

  활동지원서비스의 역사에는 언제나 장애인 당사자의 죽음이 있었다. 활동지원서비스 시간이 부족해서 야간에 혼자 있다가 집에 불이 나서 죽고, 보일러가 터져서 얼어 죽는 상황, 이 문제는 현존해 있다.

 

 

  “나는 11구간이 아닌 유진우다.”

 

  이 말은 단순히 구간으로 나누지말고 한 사람으로 보라는 뜻을 넘어, 더 이상 장애인의 삶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시스템을 전복시키겠다는 선언이다. 이제는 종합조사표가 아니라, 개별 장애 상태에 맞춰 당사자가 원하는 만큼의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장애등급제 폐지이며, 우리가 끝까지 이어가야 할 투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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