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가을 143호 - [교단일기] 자기가 가고 싶은 목적지를 향해 갈 수 없는 길은 없거든 - 문학수업 / 린

by 루17 posted Oct 08,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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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자기가 가고 싶은 목적지를 향해 갈 수 없는 길은 없거든 

 -문학수업

 

 

 

 린

오토바이를 타고 싶지만 무서우므로 자전거를 탑니다

 

 

 

 

  노들바람으로부터 글을 요청받는 일은 항상 감사하고, 재밌습니다! 이번에는 교단일기를 쓰게 되었어요. 저는 2025년 1학기 목요일 3,4교시 문학수업을 진행했습니다. 같이 글도 읽고 그림도 그리고 했는데, 그 시간을 글로 적어보게 되었네요. 노들바람에 교단일기라는 시리즈가 있었나 하고 찾아보니 홈페이지에 2014년도부터 연재된 글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전에 여러 수업을 하신 분들이 하신 고민이나 즐거움, 어려움, 활동들이 기록되어 있어요. 이것저것 많이 준비해갔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수업이 흘러갔다는 부분에서는 저만 그런 것이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저는 지난 1년간 프로젝트 수업으로 동료 선생님들과 수업을 꾸리다가 올해 처음으로 혼자 수업을 했습니다. 서툶도 있고 설렘도 있었습니다.

 

 

[2025년 2월 6일 목요일, 첫 번째 수업]

좋아하는 글, 문장, 가사, 인사말이 있나요?

내가 봉께 거시기 같어

소나기는 주륵주륵. 비 내리는 영동교.

서두르지 말되, 멈추지 마라

유비무환. 미리 준비하는 마음

우리 엄마뻘 주현미, 61년 소띠고 나는 81년 닭띠. 혈액형이 나는 A+, 주현미는 A형

 

 

문학 수업을 처음 맡았을 때 사실 좀 당황했습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저는 문학에 큰 관심이 없었거든요. 문학을 시나 소설과 같은 글이라고 한다면요. 그래도 읽으면 재밌는데, 똑같은 금액을 내고 책을 산다고 하면 저는 항상 사회과학서 같은 걸 택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학 수업을 하게 되어 어떡하지. 저의 불안과는 다르게 학기가 진행되면서 노들의 수업은 배움을 주는 것보다는 배움을 받으러 가는 곳이라는 걸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수업은 제가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수업에 와주시는 모든 분과 같이 진행하는 것이었고요. 각자 나누고 싶은 주제를 골라서 삶의 중요한 순간들을 꺼내놓는 건 제 의도와 계획을 벗어난 에피소드를 많이 만들었습니다. 즐거웠어요.
 

 

[2025년 2월 13일 목요일, 두 번째 수업]

<길> 하면 생각나는 나의 에피소드는?

내가 길을 걸어 다니고, 자전거 이런 것 타고 댕길 때 길을 안 갈 수도 없어요. 지하철 타거나 자전거 탈 일이 있을 때. 길을 해서 달리거든.

목적지를 향해 가는 길. 길을 간다는 거 자체는 목적지, 자기가 어디로 가는 목적지를 향해 가기 위해서 꼭 길을 건너야 해. 지하철역도 마찬가지예요, 버스 정류장도 마찬가지고. 길은 자기 목적지를 향해 가는 길이다. 자전거 타고 갈 때도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찻길이 있다지만 자전거나 목적지를 향해 주행하는 차, 자전거도 목적지를 향해 주행하는 자전거, 자기가 가고 싶은 목적지를 향해 갈 수 없는 길은 없거든.

 

 

[2025년 2월 20일 목요일, 세 번째 수업]

<죽음>에 대하여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자기 그냥 가까이 있는 사람이나. 죽음을 맞이해서나, 헤어질 때, 헤어지면 다시 만날 수가 있나. 뭐 죽음은 누구나 죽는 건데. 단지 빨리 왔다는 거, 갑자기 왔다는 게. 그게 너무 슬픈 거잖아.

죽음은 누구에게나 다 와. 동물은 말할 것도 없지, 생명이 있으면 죽음이 있다. 죽음이 주는, 이승과 저승이 있어서 만날 수 없지. 만날 수 없지만, 이별을 잘하면. 슬픈 마음이라던가 그런 게 있겠지만 그렇다고 자기도 죽을 수 없잖아. 죽음을 안맞는 게 아니라 그 이별도 잘해야 한다.

누구나 죽어. 죽음으로써 헤어지는 거. 산 자와 죽은 자가 헤어지는 그 이별도 잘 해야 한다. 우리가 평상시에 막 싸움도 하고 욕도 하고 그러잖아. 그런 것들, 죽으면 후회돼, 안돼?

나는 죽음이 겁난다는 건 아니야. 죽음을 수용하면서, 자기가 그 사람에게 못되게 군거. 그런 것들 살아생전에 다 풀고 가야 해. 잘못한 건 사과하고. 그렇게 풀고 가야 그 사람도 비록 죽지만, 마음에 맺힌 걸 풀어야 해.

죽음을 부정하는 건 아니야. 그것을 풀고 가면 그래도 좀 낫지 않나. 이렇게 생각해.

 

 
  어찌 되었건 수업에서 뭐든 글을 읽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수업에 참여하시는 학생분들 개인마다 글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나 글을 읽고 이해하는 방식이 달랐습니다. 그래서 어떤 것을 읽을지, 이걸 어떻게 읽을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우리가 나누는 이야기는 또 어떤 식으로 기록될 수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좋은 작품이라고 평가되는 것을 읽기보다도 자기 삶의 경험들을 풀어놓는 자리를 많이 만들고 싶기도 했습니다. 
 
서린1.png

 

서린2.png

 

 

  많이 꺼내어지고 들어져야 하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습니다. 말을 매일 많이 하시긴 하는데 그래도 하여튼 더 시끄럽게 드러나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글쓰기 반에서는 멋진 문집 만드시고, 자립의 시 수업에서는 멋진 선거 활동을 하시는데 (멋있다) 문학반에서는 어떤 것이 나올 수 있으려나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부글부글 여기에 뭔가가 있는데, 어떻게 꺼내야 이것을 잘 드러낼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다른 반들이 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 보이는데 나는 글만 읽는 건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앞서 제가 문학을 많이 읽지 않는다고 했는데 학생분들도 평소에 많이 읽으시는 것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문학이라는 간판을 걸고 문화 수업을 해볼 걸 그랬나. 아니면 문답문물문명문구문장문득 수업. 
 
  학기가 끝났는데 이런 아쉬움이 남는 이유는 아무래도 제가 목요일 저녁에 모여서 이야기 나누던 시간을 좋아해서인 것 같습니다. 노들은 학생이 아니라 교사를 배출하는 공간이라는 한 선생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길에 대한 에피소드로 마무리해봅니다.
 

 

[2025년 2월 13일 목요일, 두 번째 수업]

<길> 하면 생각나는 나의 에피소드는?

차 오는지 안 오는지 잘 보고. 올라갈 때는 천천히 올라가고 내려갈 때는 좀 쉬었다 내려오고. 산 갔다 온 사람, 물 좀 먹고. 김밥도 맛있게 먹고. 내려오고. 과일 같은 거 깎아서 먹고. 포도도 하나 사가지고 와서 먹고. 쓰레기를 치운다. 내가 봉게로 천 선생님이 술은 안 먹어야 딸 가르키느라고 술은 안 먹었으면 좋겠다. 오래오래 살았음 좋겠다. 박임당도 오래오래 살고. 임당네도 집 가까웅게.

창현쌤도 호범쌤도 가깝고. 다 가까웅게. 사무실 선생님도 집 멀잖아. 박누리도 다리를 빨리 나아야 하고. 구급차, 넘어지면 병원 가서 수술하고 누워있어야 하고. 침 맞고. 코로나 때는 병원에서 누워있어야 하고. (‘길’하면 생각나는 에피소드 있나요?) 그런 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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