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겨울 106호 - [나는 활동보조인입니다] 김나라 님

by 노들 posted Mar 1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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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활동보조인입니다 】
기본을 배우는 시간

김나라 | 노들야학 학생인 장애경 씨의 활동보조인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22살, 20살 두 딸과 17살 아들을 두고 있으며, 외모와는 다르게 운동 마니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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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장애경 님의 활동보조인 김나라 님



저는 20년간 주부로서 남편과 아이 셋이 전부인양 나의 세계에 올인되어 살았습니다. 결혼 전부터 성당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지냈는데 대녀(이연옥)를 통해 봉사를 겸하면서 수입도 생긴다는 제안을 받고 막내가 중학교 들어가면서 활동보조인 교육을 받았죠.

제가 생각하는 활동보조인의 역할은 이용자의 손과 발이 되어 그분들이 원하는 것을 보조해주는 일이라고 봅니다. 중증장애 분들은 거동이 어렵기 때문에 저희 같은 활동보조인이 꼭 필요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가사일과 사회활동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가사 일만 하려했지만 바깥일들이 많은 관계로 함께 동행할 일이 많았습니다.

저의 이용자 같은 경우는 노들야학에 다닐 뿐만 아니라 인권 강의, 생활체육인 보치아, 집회, 물리치료 등 함께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나가야 할 경우에는 더 더욱 어려움이 많습니다. 우비를 챙겨야 하고 혹시라도 감기에 걸릴까 철통 준비를 합니다. 비를 맞으며 함께 거리 집회할 때가 힘듭니다. 몇 시간을 서있어야 하고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용자만 할까요? 집으로 돌아와 이용자를 전동휠체어에서 내리면 옷 속까지 젖어 있어,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건강상 염려가 많이 됩니다.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요즘은 인권 강의며 멘토 역할로 짭짤한 수입이 생겨서 장애인콜택시를 많이 이용합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전철만 이용하고 걷는 일이 많았습니다. 많이 편해졌죠. 더울 때 등이 젖도록 걷다보면 나에게 최면을 걸죠. 살 빼라고, 운동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 하구요. 추울 때는 또 어쩌구요. 남편은 건물 안에서 기다리다가 부를 때 가면 된다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그럴 수가 없어요. 무얼 위해 투쟁하는지, 어떤 일을 하고자 하는지 알게 되면 저 조차도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픕니다. 저는 이렇게 지금의 제 일을 즐기려합니다. 이 생활 속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그만두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만두지 않았더니 저는 기본을 배울 수가 있었습니다. 기본을 배우는 시간은 고되게 느껴졌지만 그 시간조차 다행이었다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이 기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기본을 배우려 노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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