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가을 105호 - 알바는 돈이 필요한 노동자다

by 노들 posted Oct 27,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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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는 돈이 필요한 노동자다

 

 

조 은 별 | 노들장애인야학 교사. 숭실대학교 총여학생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좋아하는 건 도로점거. 기타 연습을 열심히 한다. 많은 종류의 알바를 해봤다. 하지만 많은 양의 술을 마시니 쌤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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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맥도널드 앞에서 스피커를 대고 발언하는 조은별.



지난 6월 24일 알바노조와 노들야학이 맥도날드 대학로점에 갔다. 그동안 꺾기(매장이 한가할 때 강제 조기퇴근 시키는 것) 등의 꼼수, 노조 조합원 부당해고 등 나쁜 짓을 가득가득 해온 맥도날드에게 알바의 권리를 정당하게 ‘주문’하려는 것이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맥도날드는 그냥 영업장을 폐쇄해버렸다. 2시에 간단한 기자회견 후 들어가 주문을 할 예정이었는데, 1시 반부터 매장 안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던 나를 내쫓았다. 그리고 맥도날드는 문을 걸어 잠갔다.예전에 내 친구들도 맥도날드에서 많이 일했다. 내가 살던 의정부는 맥도날드 매장이 막 생기기 시작했을 때여서 대부분의 친구들이 지원했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그 친구들도 주 단위로 시간표를 짜고, 꺾기가 있었다.


우리는 그때, 그것이 잘못된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나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수능시험이 끝나자마자 알바를 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기 때문에 쉽게 알바를 할 수도 없었는데, 어디서 일용직 알바를 덥석덥석 물어 와서 나갔다. 학교 끝나고 친구들이랑 점심을 먹다가도 전화가 와서 몇 시까지 나올 수 있냐고 물어오면 밥숟가락을 던지고 뛰쳐나갔다. 호텔 웨딩 알바, 옷가게 알바, 레스토랑 알바, 고깃집 알바 등 안 해본 알바를 꼽는 게 더 어려웠다.


하나같이 최저시급도 주지 않았다. 가령 고깃집은 평일오전 기준 4500원이었다(2012년 당시 최저시급은 4850원). 그래도 불평하지 않았다. 실제로 평일 오전에는 장사가 너무 안 되어서 돈을 받는 게 미안할 정도라고 생각했다. 그 당시에는. 그리고 일이 없을 때에는 일찍 퇴근도 했었다. 물론 임금은 주지 않았다. 아침 10시부터 밤 11시까지 죽어라하고 일했던 호텔웨딩 알바는 초과근무 수당도 주지 않았다. 하나하나 다 세려고 하니까 참 슬픈 기억이다.


알바를 하느라 쉴 시간이 없어서 학교를 안 나가고 쉬기도 했다. 평일 저녁은 레스토랑, 주말 저녁은 고깃집에서 일하느라 쉴 틈이 없었다. 그렇게 해서 번 돈이 한 달에 70~80만 원이었다. 그런데 대학에 가니 다들 그렇게 살고 있었다. 다들 주 3~4회 아르바이트에 남는 시간에 동아리 활동 조금, 학생회 조금 하고 있었다. 내가 만난 친구들 대부분 쉬는 날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해보지도 못했다. 최저임금을 못 받는 편의점에서 일해도 잘리지 않을까 발을 동동 구르던 친구, 하다하다 더러워서 때려치웠다는 애슐리 알바생 친구. 알바에게는 권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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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맥도널드 앞에서 최저임금 1만원 등을 외치며 구호를 외치는 노들야학과 알바노조 사람들. 



어떤 높으신 분은 청년들이 알바를 하는 걸 그저 취미생활쯤 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우리가 더러워도 참고 일했던 건, 다른 것이 아니라 돈이 없어서였다. 돈이 없었다. 어느 누가 스펙 쌓으려고 주 7일 일하다가 학교를 못갈까? 대학생까지 되어서 부모님에게 용돈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내 주변의 친구들은 한 명도 그러지 못했다.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노동을 했던 것이다.


요즘 ‘최저임금 1만원으로’가 대세다. 알바노조가 생길 때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구호를 들고 나왔는데, 많은 사람들이 의아하게 생각하면서 실현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 3년이 좀 넘었나? 지금은 최저임금을 논할 때에 빠지지 않는 구호가 되어버린 것 같다.


아마 나 같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권리가 뭔지 알 겨를도 없이, 그저 눈앞에 떨어진 일감들을 줍기 바쁜 사람들 한 명 한 명에게 손을 꼭 잡고 말해주고 싶다. 힘들죠. 우리 최저임금 1만원 받으면서 일해요. 그래야 좀 살맛이 나지 않겠어요. 최저임금 1만원, 이 정도 금액이면 대학생들이 그래도 두 발 조금 더 뻗고 지내며 알바를 할 수 있을까? 최저임금으로 일하는 전국의 수많은 노동자들도 생활이 좀 가능해지지 않을까? 높은 분들이 생각하는 동화 같은 알바 생활은 없다. 우리는 돈이 필요한 노동자다. 내년도 최저시급, 6030원으로 결정되었다.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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