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1~12월 월간노들바람 제34호
내가 처음 연극무대에 서던 날 불수레 박주희
어린 시절, 나는 고전무용가나 발레리나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어른들로부터 남의 흉내를 참 잘 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러면서 연기자가 되고 싶었다.
아주 어린 아이였을 때도 그 시대에 유행하는 가요를
한 두 번만 들으면 가사와 음을 다 외워서 혼자 놀면서 부르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 모든 '끼'들은 '장애'라는 이름 앞에 여지없이 사장되어야만 했다.
내 속에 잠재되어 있는 '끼'를 어느 것 하나 펼쳐 보일 수 없던 내가
처음으로 연극을 통하여 무대에 올라 나의 '끼'를 맘껏 발휘 할 수 있었던 것은,
진정 그것은 내 삶의 감동의 순간이라 말하고 싶다.
나는 '피라카숑하풍출롤'에서
장애인 딸을 부끄럽게 여기는 엄마의 모습을 통하여
아직도 집밖을 나설 수 없는 장애여성의 현실을
관객들에게 인식시키기 위해 연기하였다.
장애여성이기에 더욱 더 규제를 가하는
가정 내의 현실을 나는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남아선호 사상이 강한 엄마로서의 모습도 보인 것이다.
무대가 끝이 나고 사람들이 내게 말로서 보내는
갈채를 들으며 나는 참으로 가슴이 뭉클하였다.
나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장애여성으로서 연기자의 길을 가고 싶다.
그것이 결코 우리들 끼리만의 한풀이 마당이 아닌
영향력 있는 비장애연기자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그런 자리를 만들기 위하여 나는 작으나마 일조를 하고 싶다.
그리하여 장애인들이 정말 대중예술에 대한
꿈을 접지 않아도 되는 그런 세상을...
나는 만들고 싶다.
이번 첫 무대는 내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었다.
노들 야학의 경민선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선생님의 격려는 제게 정말 힘이 되었답니다.
그리고 함께 참여했던 우리 학우들,
우리 앞으로도 연기에 대한 꿈을 버리지 맙시다.
그 열정 그대로 우리 모두 더 큰 꿈을 펼쳐나갑시다.
노들바람 제34회 보기 ▶ 노들바람 34호.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