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5월 월간노들바람 제29호
그런 날이 있었어 안건형
그래 그런 날이 있었어
홀로 시큼한 눈물 흘리며 맘껏 빗물에 젖고 싶었던
그래 그런 날이 있었어,
목적없는 먼 길을 휑하니 떠나고 싶었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하얀 안개에 휩싸여
이 세상으로부터 무조건 독립하고 싶었던
그리고 상실의 지평위에서 붉은 해를 바라모며
한없이 한없이 타오르고 싶었던
그래 그런 날이 있었어,
하지만 이제 그럴 수 없는 걸...
먼저 온 길을 되돌아 삶을 위로하며
조각난 꿈은
그저 세월만 쓸어 내리는데...
그래 그런 날이 있었어,
쾌쾌한 사랑에 몸맡기고
단풍에 절은 파스텔빛 가을을 맘껏 좋아하던
그래 그런 날이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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