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들바람을 여는 창
“우리는 서로에게 왜 숲이 아닌가 / 무심하게 지나쳐온 너의 노래” 최고은의 노래 '봄'에 나오는 노랫말입니다. 2013년 겨울을 앞두고 준혁 씨가 혼자 앓다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뒤늦게 접하고 이 노래가 계속 맴돌았었습니다. 노래는 흐르고, 시간도 흐르고 그렇게 무심하게 1년을 보내고 다시 이 노래를 듣습니다.
2014년 마지막 날, 음성 꽃동네에서 살다 나온 최종훈 님이 지병으로 세상을 떴습니다. 희귀병으로 뇌졸중을 앓은 뒤 약 9년간 꽃동네에서 지내다 2010년부터 자립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 뒤로도 몸이 자주 아팠고, 병원신세를 져야 했습니다. 앓기만 하다가 돌아가신 것 같아 마음이 아프지만, 그가 시설을 벗어나 자유롭게 살게 되고 그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잠시라도 만날 수 있지 않았나 다독여봅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15년이 되고 며칠 뒤 야학 사람들은 가평 꽃동네에 있는 선동이형을 만나고 왔습니다. 선동이형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야학에 다니던 학생이었습니다. 술을 많이 마셨고 몸을 가누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고 쇠약해졌고 그러다 시설로 보내졌습니다. 다시 만난 선동이형은 수동휠체어에 온 몸을 기댄 채로 여기서 나가고 싶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숲이 될 수 있을까요.
요즘 매일같이 낙산공원을 산책하며 공원에 뿌리박고 사는 나무들을 봅니다. 봄에 싹 틔우고 여름에 무성히 잎을 가꾸고 가을이 되니 잎을 떨구고 지금은 마른 가지로 겨울을 보냅니다. 이제 봄이 오면 이 나무들은 다시 싹을 틔우고 잎을 가꾸겠지요. 그리고 앞으로도 다가오는 계절들을 맞이하며 지금처럼 살아가겠지요? 순환하는 나무의 삶, 그런 나무들로 가득한 숲. 이 반복과 순환의 시간을 버티려면 우리는 지금 가장 행복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