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들웹진 54호 201502 - [박경석 편지] 고맙습니다

by 활보교육 posted Mar 01,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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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은 그 자체로 고마움을 나누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외롭지 않게 함께 투쟁하는 동지들은 참 고마운 사람이라 생각해요.
<갑자기>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는지 한번 들어보실래요?
이틀 전에 새벽2시까지 노들에서 회의를 마치고 장애인콜택시를 불러 귀가하려 했지요. 회의를 오래 한 것도 지치고, 불러도 오지 않는 장콜을 기다리고 하면서 한 잔을 했어요.
2시간이 지나 새벽4시에 겨우 장콜이 연결되어 집에 도착했습니다.
술 한 잔에 치친 마음과 짜증난 마음이 다 녹아서 있는데,
장콜 운전자님이 내려주면서 '고맙습니다'라고 하는 그 말에 갑자기 '뿅' 전율이 느껴졌지요.


'고마움'...
비록 그때는 장콜이 늦게와서 짜증나고, 회의가 오래 되어서 지쳤지만,
장콜이 없었다면 늦은 시간에 집에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했던 세월이 있었습니다.
지하철을 점거하고, 버스를 점거하고, 도로를 점거하면서 투쟁을 통해 장애인콜택시가 만들어지고, 지하철에 엘레베이터가 만들어지고, 저상버스가 도입되어 서울시내에 30%가 돌아다닌답니다.
이것을 생각하니 투쟁은 모두에게 고마움을 나누는 그 자체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참 고마운 일이 아닌가요?
회의 때문에 지쳤지만,
그 지치는 회의를 함께한 사람들이 함께 투쟁한 사람들이고 우리가 만들어 온 투쟁의 역사로 인해 세상은 변화하고, 변화는 '고맙습니다'라는 마음을 많이 나눌 수 있게 만드니 이 또한 고마운 일이 아닐까요?


여전히 우리는 광화문광장 지하에서 920일이 넘게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해 농성투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치고 기나긴 투쟁을 함께하고 있는 동지들,
너무 고마운 사람들입니다.
'고마워요^^'


그리고
이 사회의 차별과 배제, 억압과 소외에 맞서 투쟁하는 동지들,
고마운 사람들입니다.


굴뚝 위에서,
거리에서
광화문광장에서
밀양에서
제주도 강정에서
이름 모를 그곳에서
투쟁하는 분들,,,
고마운 분들입니다.
고맙습니다!


2015.2.27

박경석


nodl.jpg

<이 사진은 2월 24일 화요일 노들야학 상근자 회의를 마치고 찍은 것입니다. 준호, 신행... 그동안 고생 많았어요...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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