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들웹진 53호 201501 _ 카페 별꼴의 지난 일 년

by 편집위 posted Jan 2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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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 별꼴의 지난 일 년







매니저J & 매니저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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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꼴이 월곡동으로 이사를 온 지도 벌써 일 년이 지났습니다. 이사하고 한동안은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그리고 끝나지 않는 짐 정리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 같아요. 수유너머R과도 헤어지고, 예전 매니저들도 개인 사정으로 함께 하지 못하게 되고, 또 노들야학과도 더 멀어진 외딴 동네로 오니까 단골손님과 친구들을 볼 기회도 적어져서 한동안 많이 외롭기도 했었죠. (특히 매니저였던 명학 삼촌이 노들 상근자로 가게 되어서도 더 그랬어요. 흑흑~) 예전에는 3층에 있어서 아는 사람들만 드나들었었는데, 1층으로 이사를 오니 외판원에서부터 전도사, 동네 아주머니와 아저씨 등등 낯선 잘 모르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도 낯설었고요. 그래도 거의 매일 카페에서 보내다보니,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던 것들에도 조금씩 익숙해지네요.


돌이켜보니 이 장소에서 일 년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일어났네요. 이사 오고 인테리어가 채 끝나지도 않았던 때 열렸던 비영리예술단체 로사이드(http://rawside.kr)어떤 아트 투어가 떠올라요. 청개구리제작소(http://www.fabcoop.org)와 매니저A가 열심히 조명을 만든 덕에, 공연 30분 전에 우리는 극적으로 카페에 전깃불을 밝힐 수 있었답니다. 골든스윙재즈 밴드가 라이브 공연을 하고, 남녀노소, 장애/비장애의 구분 없이 모인 사람들이 각자 종이에 그림을 그렸어요. 공연이 끝난 후 그림을 서로에게 보여주며 하하호호 웃던 모습이 정말로 엊그제 같은데. 별꼴이 이사를 온 후 새로 사귄 친구 로사이드와는 그 뒤로도 이런저런 재미난 일들이 잔뜩 있었네요. 최근에 (매니저들이 제일 좋아하는!) 홍석환 작가의 첫 개인전도 별꼴에서 열렸어요. 오프닝 파티에는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홍작가 작품에 나오는 똥을 쿠키로 구워서 먹어보는 시간을 가졌었죠.ㅋㅋ


이전 매니저였던 우리의 친구 노랑사의 4+파티, 장애/비장애 청소년들과 함께한 핸드드립 커피 만들기 워크숍, 물비누 만들기 워크숍, 장애인문화예술판과 함께 했던 장애인영상제작 발표회, 장애여성들의 연극 발표회, 아나키즘 독서회, 벌레벌레배급사와 함께 했던 여러 번의 영화 상영회와 일하지 않는 자의 날' 카레 만들어 먹기 행사, 제주 강정마을 관련 다큐 상영회, 카페 문을 다 개방하고 주렁주렁 옷가지를 걸어놓은 채 열었던 벼룩시장,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에서 기획했던 휠체어에 LED조명 달아주기, 중증장애인 POP 손글씨 작품 전시회 등등 대충 꼽아 봐도 참 많은 일이 있었네요. 그리고 열린 행사들보다 더 다양한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러 드나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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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한 자리에서 만날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이 묘하게 공존하고 있다는 것, 월곡동으로 이사 온 뒤 별꼴이 경험하는 특이점이지 않을까 해요. 휠체어에 LED조명을 달기위해 오신 할아버지가 앉아 있는 테이블 너머로 인근 아파트에 사는 아주머니들이 모여서 자녀들의 조기 영어교육에 대해 한참 떠들기도 하고, 근처에 있는 종교단체에서 신문을 돌리러 오는 분들, 커피 맛집을 찾아온 커피 마니아, 데이트하러 온 연인들, 워크숍에 참석하러 온 멀쑥하고 참해 보이는 십대들과 밤에 한껏 멋을 부리고 와서 화장을 고치거나 담배를 피우다 돌아가는 십대들, 카페에 붙은 이런저런 포스터나 유인물을 보고 인권이 무슨 뜻이냐고 묻는 분들, ‘공정무역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본 사람들, 패션모델 사진을 찍으러 온 사람들, 봉제공장 야근을 끝내고 들러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과 봉제공장 야근을 끝내고 들러서 손바느질 지갑을 사는 사람들, 이런저런 단체의 활동가들과 활동가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 예술가들,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 아이들, 여기가 카페인줄 알고 온 사람들과 여기가 대안공간인줄 알고 온 사람들과 여기가 복지관인줄 알고 온 사람들, 여행길에 물어물어 찾아온 외국인들 등등, 정말 어디서 어떻게 모였는지 종일 별꼴에서 오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좀 신기할 때가 있어요. , 얼마 전에는 한국말을 잘 못하고 남쪽 어디 먼 나라에서 왔다던, 항상 아이를 데리고 오는 젊은 엄마가 직접 카페를 찍은 사진을 프린트해서 선물로 주기도 했답니다.


카페 별꼴은 매니저들이 생각해도 참 애매하고 이상한 장소이지만, 그래서 더 사람을 끄는 묘한 곳이기도 한 것 같아요. 어쨌거나 우리는 이 다양한 사람들이 드나들며 별꼴에 있는 이상한 정보에 접속하기를 바랍니다. 카페별꼴은 장애인권, 운동, 사회, 문화, 예술 등과 관련된 이상한 정보들을 모아놓은 인포샵(infoshop)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투쟁유인물, 포스터, 책자 등을 모으고 있어요.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구하기 힘든, 그렇지만 우리의 기준에서는 아주 소중한 (노들바람 같은!) 독립출판물들도 비치해놓고 있답니다.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전시도 하고, 공연도 하고, 상영회도 하고, 워크숍도 하고요. 그리고 그 어느 카페보다 더 맛있는 다크 로스트 커피와 유기농 우리밀 브라우니를 항상 준비해놓고 있어요. 그러니 언제라도 카페별꼴에 놀러오세요~!



*영업시간: 화요일부터 토요일, 오후 1시부터 9시까지. (일요일이나 월요일은 카페 영업 대신 행사를 주로 합니다. 행사 공지는 페이스북을 참고해주세요. http://facebook.com/cafebyulkkol)

*메뉴 가격: 3,500~5,000원 정도. (장애인/청소년은 원하시는 분에 한해 1천원 할인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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